일을 없앤 사람은 어떻게 평가받나
프론트엔드가 두 명인데 한 명이면 됩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었고요. 그런데 일을 없앤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을, 우리 제도는 아직 갖고 있지 않아요.

얼마 전에 계산을 하나 해봤어요.
우리 프론트엔드는 두 명이에요. 그런데 지금 들어오는 일을 보니까 한 명이어도 다 돼요.
이걸 알아차린 날 기분이 이상했어요.
자랑이어야 하잖아요. 예전엔 페이지 하나에 일주일이 걸렸는데 지금은 기획만 나오면 하루면 되니까요. 그런데 자랑이 아니라 질문이 됐어요.
그럼 나머지 한 명은요? 그리고 저는요?
어쩌다 이렇게 됐냐면요
예전엔 페이지를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들었어요. 코드 스타일도, 구조도, 우리 팀 규칙도 매번 사람이 챙겼고요.
그게 귀찮았어요.
(저는 귀찮은 걸 정말 못 참아요. 이게 제 유일한 재능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걸 전부 규칙으로 적어서 기계가 챙기게 만들었어요. 스타일, 개발 방식, 컨벤션까지요. 이제 새 페이지를 만들라고 하면 누가 하든 똑같은 게 나와요.
| 예전 | 지금 | |
|---|---|---|
| 페이지 하나 | 일주일 | 하루 |
| 티켓 | 수십 개로 쪼갬 | 한 개 |
| 누가 하느냐 | 차이가 남 | 차이가 없음 |
마지막 줄이 제일 큰 변화예요. 잘하는 사람과 보통인 사람의 결과물이 같아졌거든요.
티켓을 쪼개는 일이 병목이 됐어요
예전엔 페이지 하나에 티켓을 수십 개씩 만들었어요. 그게 당연했고요.
지금은 그 쪼개는 작업 자체가 제일 오래 걸려요. 만드는 건 하루인데 쪼개는 데 반나절이 걸리면 쪼개지 않는 게 빨라요.
그래서 티켓 하나에 페이지 하나를 적고 그냥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티켓을 쪼개던 건 원래 네 가지를 하려던 거였더라고요.
| 쪼개던 이유 | 지금은? |
|---|---|
| 여러 사람이 나눠 잡으려고 | 한 명이 하니까 불필요 |
| 한 번에 깨지는 범위를 줄이려고 | 규칙이 강제되니 덜 필요 |
| 얼마나 걸릴지 재려고 | 하루로 고정됨 |
| 어디까지 됐는지 보이려고 | 여전히 필요 |
넷 중 셋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남은 하나가 일하는 걸 보여주는 용도예요.
여기가 좀 얄궂어요. 티켓이 스무 개 닫히면 뭔가 많이 한 것처럼 보이잖아요.
하나로 합치는 순간 빨라진 것과 안 보이게 된 것이 동시에 일어났어요. 같은 변화가 두 개를 한꺼번에 한 거예요.
그래서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
“요즘 뭐 하세요?”
악의는 없어요. 진짜로 안 보이니까 묻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이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거리의 문제예요.
평가하는 사람이 그 일을 직접 해봤으면 결과물을 읽을 수 있어요. 뭘 없앴는지, 그게 왜 어려웠는지 보이니까요.
그런데 개발팀이 별도 부서로 붙어 있으면 그게 안 돼요. 일 자체를 못 읽으니까 대리 지표를 봐요. 그리고 대리 지표는 거의 항상 노력의 가시성이에요.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 바빠 보이는 정도, 야근 여부.
멀수록 노력을 보고, 가까울수록 결과를 봐요.
소프트웨어는 이 문제의 최악 케이스예요
세 가지가 겹쳐요.
하나. 결과물이 안 쌓여요. 목수는 일한 만큼 물건이 늘어요. 저는 제일 잘한 주에 코드가 줄어들 수도 있어요. 만 줄을 지우고 천 줄로 같은 걸 하게 만들었으면 그게 최고의 주인데, 밖에서 보면 마이너스예요.
둘. 막은 사고는 관측이 안 돼요. 자동화를 잘해서 아무것도 안 터지면, 아무도 안 터진 걸 경험하지 못해요. 잘할수록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여요.
셋. 그래서 자동화는 자기 일을 안 보이게 만들어요. 그리고 안 보이는 일은 없는 일처럼 취급돼요.
이건 소방이나 공중보건이 늘 겪는 거랑 같은 구조예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예산이 깎이는 그것이요.
그러면 숨기는 게 합리적이 돼요
여기가 진짜 문제예요. 그리고 이건 추측이 아니라 측정돼 있어요.
사무직 6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조사에서 32%가 AI 사용을 회사에 숨긴다고 답했어요.
이유 1위가 “나만의 우위를 지키려고”(36%)였고, 30%는 내 자리가 줄어들까 봐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유 목록에 이런 것도 있었어요. “상사가 일을 더 줄까 봐.”
마지막 항목이 정확히 이 글의 주제예요. 효율을 올린 대가가 업무량 증가면, 올리고 안 알리는 게 개인에겐 최적이에요.
그러면 조직은 이런 상태가 돼요. 자동화는 일어나는데 아무도 보고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게 조직 자산이 되지 못하고 개인 서랍에 남아요. 다음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하고요.
임금은 흐름만 알고 자산은 몰라요
여기가 제가 도달한 지점이에요.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은 매달 그 일을 하니까 매달 값을 받아요. 흐름이에요.
그 일을 없앤 사람이 만든 건 자산이에요. 한 번 만들었는데 매달 값을 계속 뽑아내죠.
그런데 임금 제도에는 자산을 값 매기는 칸이 없어요.
| 만든 값 | 받는 값 | |
|---|---|---|
| 그 일을 계속 하는 사람 | 매달 W | 매달 W어치 |
| 그 일을 없앤 사람 | W × 앞으로 계속 | 이번 분기 활동량 |

물을 매일 길어 나르는 사람과 우물을 판 사람이 있어요. 마을에 물을 댄 건 두 번째 사람인데, 바빠 보이는 건 첫 번째 사람이에요.
그리고 같은 행동인데 안과 밖의 값이 달라요
이게 제도의 구멍을 제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조 같아요.
회사 안에서 도구를 만들면 그건 회사 자산이고, 저는 좋은 평가를 받아요. 끝이에요.
똑같은 걸 밖에서 만들어서 팔면 그건 제품이고, 매출이고, 지분이에요.
행동은 같은데 보상 구조가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유능한 사람들이 자꾸 나가서 도구 회사를 차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개인의 야망이라기보다 제도가 만드는 압력에 가까워 보여요.
팀 안에서는 차이가 사라졌어요
아까 표의 마지막 줄로 돌아갈게요. 누가 하든 똑같은 게 나온다는 것.
평가라는 건 결국 차이를 재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규칙으로 표준화한 영역에서는 차이가 없어졌어요.
이건 실측이랑도 맞아요. AI 도구 효과를 잰 실험들이 일관되게 보고하는 게 분포의 압축이에요. 잘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훨씬 크게 좋아져요.
그러면 질문은 이거예요. 차이는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디로 갔나.
| 차이가 옮겨간 곳 | 왜 재기 어려운가 |
|---|---|
| 규칙 자체를 개선하는 일 | 소수만 함 |
| 규칙에 안 맞는 이상한 일 | 드물게 옴 |
| 뭘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보는 일 | 상류에서 일어남 |
| 잘못된 걸 잡아내는 일 | 성공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남 |
전부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에요. 분기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고요.
그러면 3개월짜리 개인 평가는 어려운 게 아니라 성립을 안 해요. 잴 사건 수가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조직은 계속 등급을 매겨야 해요. 평가가 성과 측정만 하는 게 아니라 연봉 배분과 승진 근거까지 겸하니까요.
잴 게 없으면 뭘로 채울까요. 다시 엉덩이예요.
주 40시간이 문제일까요
저는 한동안 주 40시간이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시간과 결과가 상관이 없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좀 갈라서 봐야 할 것 같아요.
40시간은 원래 효율 장치가 아니라 보호 장치였어요. “이만큼 일하면 된다”가 아니라 “이 이상 시키지 마라”로 싸워서 얻은 거고요.
지금 망가진 건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게 계산 단위로 쓰인다는 거예요. 시간을 사서 결과를 얻는다는 전제요.
그래서 상한만 없애면 오히려 나빠져요. 측정을 안 고친 채로 시간 제약을 풀면 언제나 대기 상태가 되거든요.
시간과 결과의 상관이 약하다는 증거는 이미 꽤 쌓였어요. 2025년에 나온 연구에서는 주 4일제 시범을 끝낸 기업의 90%가 그대로 유지했고, 영국 시범에서는 61개 기업 중 92%가 계속했는데 매출은 평균 1.4% 늘었어요.
그럼 시간 말고 결과로 재면 되지 않냐고요. 그것도 안 돼요.
바로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에요. 남은 차이가 드물게 일어나서, 개인 단위 결과 지표는 대부분 운을 재게 돼요. 그 분기에 어려운 게 걸린 사람과 안 걸린 사람의 차이를 능력 차이로 읽게 되고요.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이래요. 시간 단위도 깨졌고 결과 단위도 깨졌어요. 둘 다 깨져서 아무도 못 풀고 있는 거고, 그래서 다들 옛날 것을 계속 쓰고 있는 거예요.
“그럼 나는 필요한가”에는 답이 세 개예요
이게 제 진짜 질문이었어요. 그리고 답이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 뭘로 재느냐 | 답 |
|---|---|
| 활동으로 | 별로 안 필요해요. 하루면 다 하니까 |
| 자산으로 | 많이 필요해요. 그 규칙이 매달 값을 뽑고 있으니까 |
| 보험으로 | 필요해요. 깨지거나 안 맞는 게 왔을 때 |
제도는 첫 번째만 재요.
그런데 세 번째가 흥미로워요. 이미 존재하는 모델이거든요.

조종사는 대부분의 시간에 조종을 안 해요. 자동조종이 하죠.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을 앉혀두고 돈을 줘요.
외과의 온콜도, 소방관도 그래요. 드물게 필요한 판단의 가용성에 값을 매기는 제도가 이미 있어요.
그럼 왜 소프트웨어에는 안 붙을까요.
실패가 조용해서예요. 비행기는 떨어지면 뉴스가 돼요. 소프트웨어는 조용히 몇 년에 걸쳐 썩어요. 그래서 아무도 그 보험을 사려고 하지 않아요.
(지난 글에서 “AI는 모르면 그럴듯하게 채운다”고 썼는데, 여기서도 같은 게 걸려요. 잘못돼도 아무도 안 알려주는 일은, 잘해도 아무도 안 알아줘요.)
그럼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요
이게 제일 무거운 질문이에요. 그리고 역사 기록은 낙관적이지 않아요.
| 사례 | 무슨 일이 있었나 |
|---|---|
| 수직기 직조공 | 임금이 4분의 1로 떨어진 뒤에도 수십만 명이 30년을 그 자리에 남았어요 |
| 신문 인쇄 식자공 | 1974년 협약으로 재직자 종신 고용을 얻었어요. 완벽히 지켜졌고, 직업은 사라졌어요 |
| 은행 창구직원 | ATM 이후 지점당 인원은 줄었는데 지점이 늘어서 총 고용은 오히려 늘었어요 |
세 번째가 거의 유일한 좋은 사례예요. 그리고 조건이 있었어요. 지점 운영비가 싸져서 만들 것이 늘어났다는 것.
앞의 두 사례에서 실제로 일어난 건 이거예요. 재직자는 보호받거나 방치되고, 진짜 조정은 신규 채용을 멈추면서 한 세대에 걸쳐 처리됐어요.
그리고 지금 데이터가 같은 모양이에요.
미국의 이력서와 채용 공고를 6,200만 명 규모로 본 연구에서, AI를 도입한 기업의 신입 채용이 1년 반 만에 7.7% 줄었어요. 경력자는 거의 안 움직였고요. 해고가 아니라 채용 둔화로요.

그러니까 “어디로 재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도의 실제 답은 “하지 않는다. 다음 사람을 안 뽑는다”예요. 그게 지금 작동 중인 답이고,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밖에 꺼내 놓기로 했어요
제도가 바뀌길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동안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사실 저는 이미 하고 있었어요.
사내에서 만든 도구는 아무리 값져도 영원히 값이 안 매겨진 자산이에요. 회사 밖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걸 글로 쓰거나, 공개하거나, 일반화해서 내놓으면 시장이 값을 매겨요. 이력이 되고, 평판이 되고, 협상력이 되고요.
지금 이 글도 그중 하나예요.
(이걸 깨닫고 나서 좀 웃었어요. 결국 제 논지의 답이 “밖으로 꺼내라”인데, 그 답을 실행하는 방법이 이 글을 쓰는 거였거든요.)
제가 틀렸다면 이런 모습일 거예요
하나. 만드는 값이 싸져서 만들 것이 훨씬 늘어나면, 사람은 줄지 않아요. ATM이 그랬던 것처럼요. 그러면 이 글은 기우예요. 다만 그건 회사에 만들 게 무한할 때 얘기고, 목록이 정해져 있으면 안 그렇게 되고요.
둘. 지금 안 뽑는 게 AI 때문이 아니라 그냥 경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채용이 꺾이기 시작한 시점은 AI가 퍼지기 전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금리가 내려간 뒤에 신입 채용이 돌아오면, 저는 원인을 잘못 짚은 거예요.
셋. 어쩌면 평가는 원래 이렇게 대충이었고, 저만 이제 와서 억울해하는 걸 수도 있어요. 우물을 판 사람이 정당한 값을 받은 시대가 애초에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요.
일을 없애는 게 제 일이 되어버린 직업에서, 없앤 만큼 제 자리도 같이 없어지는 게 맞는지는 아직 아무도 답을 안 줬어요.
적어도 저는 이 질문을 적어두고,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려고요.
지난 글에서 “AI 시대의 진짜 능력은 무엇을 물어야 할지 아는 것”이라고 썼어요. 이 글은 그다음 질문이에요. 그 능력을, 우리는 아직 값 매길 줄 모르거든요.
이 글을 쓰고 나서 한 가지를 더 확인했어요. 제 역할이 실제로 어디로 옮겨갔는지요.
화면을 만드는 자리에서 화면을 만드는 시스템을 만드는 자리로요. 그건 설명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그 자리에 몇 명이 필요하냐는 거였고요. 그 이야기는 그 자리는 한 명이면 됩니다에 적어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