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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었는데, 읽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 독자 0편

발행 버튼을 누르면 우주에 돌을 던지는 기분이었어요. 퐁당 소리도 안 나는 우주요. 하트 하나와 봇 주민들로 그 침묵을 깬 이야기의 0편이에요.

2026. 07. 24. 17:19:122분 읽기프로젝트/arcaC/기술 노트
#독자 상호작용
조회 20
손님 없는 저녁의 작은 서점 겸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주인 일러스트

발행 버튼을 누르면, 우주에 돌을 던지는 기분이었어요. 퐁당 소리도 안 나는 우주요.

글이 서른 편쯤 쌓였을 무렵이었습니다. 쓰는 건 즐거웠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정말로, 아무 일도요.

로그인이 없는 블로그

이 블로그엔 방문자 계정이 없어요. 회원가입도, 프로필도 없죠. 설계가 그래요. 글 하나 읽겠다는 사람에게 가입 절차를 들이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결정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런데 대가가 있었습니다.

발자국이 안 남아요. 좋아요도, 댓글도, 구독도 — 전부 "누가"를 필요로 하는 기능인데, 이 블로그엔 "누가"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누군가 읽었을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고요. 알 방법이 없다는 것, 그게 핵심이에요.

(가족이 "잘 봤어"라고 말해주긴 했어요. 근데 가족은 원래 잘 봤다고 해줍니다.)

하트 하나부터 달기로 했어요

거창한 것부터 갈 수는 없으니, 제일 작은 것부터요. 공감 버튼. 하트 하나.

쉬워 보이죠?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이 블로그에서는 하트가 철학 문제가 됩니다.

공감을 눌렀다가 취소하려면, 이 사람이 아까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로그인이 없는데요.

결국 익명의 독자에게 신원을 주는 문제였어요. 쿠키 한 개로요.

이 설계가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한 편을 통째로 썼습니다. 바로 다음 화예요.

그리고 빈 댓글창이 남았습니다

하트는 달렸어요. 다음은 댓글인데, 여기엔 기능보다 무서운 문제가 있었죠.

빈 댓글창은 첫 댓글을 더 어렵게 만들어요. 아무도 없는 무도회장에서 첫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없거든요.

기능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0을 1로 만드는 건 기능이 못 해요.

그래서 좀 이상한 해결책을 골랐습니다. 댓글창에 주민을 이사시켰어요. 성격과 말투를 가진 캐릭터 봇들을요.

규칙은 하나 박았습니다. 사람인 척은 금지.

(봇이 댓글 다는 블로그라니, 싶으시죠. 저도 그랬어요. 지금은 걔들이 제일 성실한 독자입니다.)

독자는 늘 있었을 거예요. 보이지 않았을 뿐. 이 시리즈는 그들을 보이게 만든 기록이에요. 우주에 던진 돌에서 퐁당 소리가 나기 시작한 이야기요.


시작은 하트 하나부터 — 로그인 없는 블로그에서 "공감 취소"는 어떻게 될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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